젊은 날의 시노트
조영관 시인의 젊은 시절 시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작성자 관리자(admin) 시간 2019-01-21 00:48:33
네이버
첨부파일 :
젊은날의_시노트_2.jpg

 우리들의 사랑법

 


 

오늘 못 가는데

내일이라고 어찌 그곳에 가랴만

꿈속에도 그리워 찾아가는 그 다방 그 자리

 

오다가 하수도 물 흐르는 개천 물속에

아스라이 떠 있는 달을 보다가

우연히 거기에 너의 얼굴이 비쳐서

돌을 던지려다 말고

멍하니 바라보는 하늘가

백양나무 새 둥지 위에 멀건 달이 참 붉더라

 

정말이지, 우리의 사랑은

하수구 물에 뜬 호박씨 위를 간간이 닿고 가는

바람쯤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지만 어쩌랴 더 큰사랑의 밧줄이

우리 몸을 휘감고 있는 한,

질긴 기다림은 결국 언젠가는 더 큰 꽃으로

터지지 않겠느뇨

 

정말 나는 뜨듯하게 잘 있다

잘 알듯이 아무리 추운 현장 안이라 해도

노동하는 몸이란 항상 훈훈하고 따뜻하더라

땀방울이 식어 가는 허리 역시 차고 저릿해도

짱짱하게 힘을 치솟게 하는 그 뭣이 있더라

이 싱그러운 봄 햇살 부신 모양 그대로 

난 미안할 만큼 뿌듯하게 잘 있다

 

바쁜 만큼 하루하루가 새롭고

몸이 뻑적지근할수록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것이 있다

노동과 연대와 약속으로 파근파근한 다리를 끌고

흐느적거리며 돌아오는 이 밤, 

우윳빛으로 터져 흐르는 저 밤안개처럼

우리의 사랑이 이리 아득해서야 되겠냐만

아니다, 우리의 사랑은

물길이 터져 천리를 가듯

벗겨도 벗겨도 새하얀 허리통의 양파쯤 되면

그 얼마나 좋으리

 

하지만, 뒤돌아보아도 아프고

앞을 바라봐도 이리 아득하기만 한데

숨기고 숨기다가,

어찌나 질긴 그리움이길래

밤새 근질근질 몸살을 앓다가,

인두로 지지듯 다시금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가슴을

그냥 냉수마찰로 식히지 않을 수 없었다 

 

밤잠을 설친 욕망의 밤이 지나면

고뇌와 허기에 찬 또 다른 밤이 불을 밝히고

우리들의 사랑은 비 갠 강물의 들판에

정말 산뜻하게 떠오르는

저 작은 새,

멧새라도 되면 좋지 않으리

 

그리움이 고달파

나도 몰래 한숨이 터져 나오지만  

길은 멀고 걸음은 팍팍해 때때로 절름거리지만

마음은 주머니 속에 든 새처럼

파닥거리는, 

우리의 사랑은

이 마른 땅위를 가로질러 가는 들개들의 사랑,

그것 참 멋지지 않느냐

 

오늘도 못 가는데

내일이라고 어찌타 그곳에 가랴만

총총 적는 이 글에

사랑이 밤하늘에 뜨거운 뭇 별들처럼

총총 떠올랐으면 안녕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