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법
오늘 못 가는데
내일이라고 어찌 그곳에 가랴만
꿈속에도 그리워 찾아가는 그 다방 그 자리
오다가 하수도 물 흐르는 개천 물속에
아스라이 떠 있는 달을 보다가
우연히 거기에 너의 얼굴이 비쳐서
돌을 던지려다 말고
멍하니 바라보는 하늘가
백양나무 새 둥지 위에 멀건 달이 참 붉더라
정말이지, 우리의 사랑은
하수구 물에 뜬 호박씨 위를 간간이 닿고 가는
바람쯤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지만 어쩌랴 더 큰사랑의 밧줄이
우리 몸을 휘감고 있는 한,
질긴 기다림은 결국 언젠가는 더 큰 꽃으로
터지지 않겠느뇨
정말 나는 뜨듯하게 잘 있다
잘 알듯이 아무리 추운 현장 안이라 해도
노동하는 몸이란 항상 훈훈하고 따뜻하더라
땀방울이 식어 가는 허리 역시 차고 저릿해도
짱짱하게 힘을 치솟게 하는 그 뭣이 있더라
이 싱그러운 봄 햇살 부신 모양 그대로
난 미안할 만큼 뿌듯하게 잘 있다
바쁜 만큼 하루하루가 새롭고
몸이 뻑적지근할수록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것이 있다
노동과 연대와 약속으로 파근파근한 다리를 끌고
흐느적거리며 돌아오는 이 밤,
우윳빛으로 터져 흐르는 저 밤안개처럼
우리의 사랑이 이리 아득해서야 되겠냐만
아니다, 우리의 사랑은
물길이 터져 천리를 가듯
벗겨도 벗겨도 새하얀 허리통의 양파쯤 되면
그 얼마나 좋으리
하지만, 뒤돌아보아도 아프고
앞을 바라봐도 이리 아득하기만 한데
숨기고 숨기다가,
어찌나 질긴 그리움이길래
밤새 근질근질 몸살을 앓다가,
인두로 지지듯 다시금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가슴을
그냥 냉수마찰로 식히지 않을 수 없었다
밤잠을 설친 욕망의 밤이 지나면
고뇌와 허기에 찬 또 다른 밤이 불을 밝히고
우리들의 사랑은 비 갠 강물의 들판에
정말 산뜻하게 떠오르는
저 작은 새,
멧새라도 되면 좋지 않으리
그리움이 고달파
나도 몰래 한숨이 터져 나오지만
길은 멀고 걸음은 팍팍해 때때로 절름거리지만
마음은 주머니 속에 든 새처럼
파닥거리는,
우리의 사랑은
이 마른 땅위를 가로질러 가는 들개들의 사랑,
그것 참 멋지지 않느냐
오늘도 못 가는데
내일이라고 어찌타 그곳에 가랴만
총총 적는 이 글에
사랑이 밤하늘에 뜨거운 뭇 별들처럼
총총 떠올랐으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