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시노트
조영관 시인의 젊은 시절 시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작성자 관리자(admin) 시간 2019-01-21 00:10:46
네이버
첨부파일 :
뒤통수_타령.jpg

 뒤통수 타령



뒤통수를 긁는다. 우박, 회오리바람이 웅성거리듯


어지럽고 뒤숭숭한, 눈을 가리고 싶어지는


두통의 거리에서 자꾸만 뒤통수를 긁는다.


뭉클뭉클 튀어나오려는 발길질


그 시원시원한 운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또 침 뱉고 싶어지는 목구멍의,


아니, 멀리 달아나고 싶은 다리의 운동


또한 간신히 잠재우고


뻘밭 속 거머리처럼 끈끈하게 휘어 감기는


유혹의 손을 붙잡아 흔든다.


들끓어 소리 없어서 더 아픈 아우성


남실남실 흘러 넘쳐서 꿈틀거리는


거역의 논리도 자꾸만 쥐구멍을 찾아 뒤통수를 긁는다.


머리속에 날카롭게 떠다니는 칼이,


수백 밤 몰래 갈아붙인 비수가


삐죽삐죽 튀어나오려 하는데


대나무처럼 꿋꿋하던 허리가 부끄럽게도


뱀처럼 흐물흐물 꼬이면서 자꾸만 뒤통수를 긁는다.


대낮에도 다가오는,


나긋나긋하게 다가왔다가 시커멓게 덮쳐 오는


커다란 손들을 연약하게 붙잡아 흔든다.


휘리릭, 손바닥을 빠져 달아나는


저 홀가분한 바람의 떼.


몇 번의 악수와 한잔 술에도 녹아버리는


보잘것없는 나의 노래.


보이지 않는 포승줄 떠다니는,


이 넘실거리는 두통의 거리에서


발을 구르게 하는, 주먹을 먹이고 싶어지는,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안타까움의 거리, 유혹의 거리에서


몇 백 밤의 후회와 번민을 가져오게 하는 아,


이 핏기 없는 손.


잘라버리고 싶어지는,


가는 햇살에도 비틀거리게 하는,


대낮에도 술을 마시게 하는 저 시커먼 손,


잘라버리고 싶어지는부정의 손,


아, 이 더러운 손.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