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쉼터
이곳은 시인과 함께 했던 많은 일들과 아쉬움, 그리움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희망을 싣는 곳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시간 2020-02-07 15:13:17 조회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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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작가들]에 올린 글을 다시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한 이름 없는 시인이 남긴 것

                                                                                                                                                                        

                                                                                                                                                                             조 영 선

 

1. 먼 기억 저편

 

 

감기 몸살을 앓는 것처럼, 뜨겁다가 춥고 가위 눌린 듯 며칠을 뒤척였다.

 

 

2. 어미와 아들 - 사진 1

 

 

 

 

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1980.1.30. 목화솜 같이 푸근하게 눈이 내리던 날 영영 오지 않을 길을 떠났다. 어머니는 앞선 해 여름에 한번 쓰러진 후 간암 판정을 받은 터였다. 벙벙하게 푸르스름한 빛으로 차오르는 배, 그리고 훌쩍 말라버린 젖가슴, 젓가락 같이 남아 있던 손마디, 어머니는 골목길로 아부지 찾으러 간다고 헛말을 몇 번 하다 들어누운 지 다시는 일어서질 못했다. 노랗게 황달 젖은 눈으로 겨울날 방문을 열고 허망하게 밖을 내다보기를 몇 번, 허벅지게 눈 오던 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음장보다 찬 손으로 허공을 한번 휘젓고는 훌훌 떠나갔다.

 

 

작은형이 군복을 입고 도착한 것은 하루 지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고 입관만을 남겨둔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빨리 입관해야한다는 걸 그래도 아들이 어미 얼굴을 봐야지 않느냐는 고모의 성화에 모두들 물러나 있을 터였다. 군복 입은 형은 골목길을 뛰어오며, ‘엄마, 엄마하면서 황소울음을 토해내며 달려왔다. 누구보다 살가웠던 형은 지난 가을 휴가를 나왔을 때에도 불기 남아 있는 아랫목에서 병색이 완연한 엄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곧잘 나눴다. 자질 그래한 군대 이야기며, 대학에서 시낭송한 이야기며, 크면 호광시켜 드린다, 제주도 여행해드린다, 엄마 좋아하는 인절미도 해드리고 등 등...

 

 

왜 왔느냐 왜 왔느냐

작대기 쓰러지듯 그대로 엎어지는데

무덤 위에 푸르게 움이 돋은 저 고사리,

바람이 벌겋게 불탄다

 

 

중략

 

 

느껴 울어도

붉은 바람은 삼대 밭 아래서 쓰러지고

달은 산을 넘는다

 

 

미워하지 않고

사람들의 더운 욕망까지 다 사랑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내 마음의 칼을 용서하게 하소서

아픈 노동으로 옹이가 박힌 손목으로도

휘어잡지 못하는 저 야만을 누르는

날개를 주소서

 

 

원 세상에 더운 눈물로 녹여내지 못할 것이

어디 있다더냐

세상에 보듬어서도 아프다는 사랑이 어디 있겄느냐

이젠 돌아가거라 바우야

- 조영관 [고향의 달] 중에서

 

 

집안과 동네에서 부르는 그의 이름은줄바우였다. 18살에 16살 아버지에게 시집온 생모는 큰 형 위로 아이 여섯을 잃고 큰형을 얻으셨다. 참으로 귀한 자식이었다. 그러기에 할머니는 뒤늦게 귀한 생명을 주신 삼신 할머니를 타박하기 위해서인지 큰 아이이름(童名)새바우라고 불렀고, 둘째형이 태어나자 줄줄이 자식을 낳으라며줄바우라고 했다. 겨울날 나를 낳고 어미는 하혈을 그리하면서 십리길 리어카에 실려 갔건만, 결국은 더 이상 출산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뚝바우가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서울에서 다녔기에 그의 시나 소설속에 나오는 어머니, 아버지, 고향, 그리고 전라도 언어는 그의 고향과 일찍 여윈 어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같은 것이다. 너무 일찍, 그리고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던 만큼 그에게 고향은 언젠가 되돌아가야할 멧자리였고, 노을 지는 저녁의 밥 냄새 같은 평화였으며, 지혜를 찾는 근원이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고, 저 야만을 누르는 날개를 달라고 외친다. 폭력의 80년대와 회의의 90년대를 건너온 노동자가 갈 길을 묻는다. 그러면서더운 눈물로 세상을 녹여 낼 것을 다짐한다. 회의와 떠남이 있던 시기에 줄바우는 끝내 노동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어머니의 계시처럼 다시 노동자로 돌아가기로다짐한다. 회의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각오를 아프게 외친다.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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